서울경찰청 특수기동대[탈출] - 상편

서울경찰청 특수기동대[탈출] - 상편

속사정 0 2891

영동고속도로...


낭만과 추억의 여행의 대명사 영동 고속도로에 버스 한 대가 달리고 있다.


평상시에 볼 수 없는 모양의 버스.


크기는 25인승의 작은 미니 버스에 불과하지만 모든 창문 밖으로 철로 된 창살이 보이고 색깔도 그리 화려하지 않은 촌스러운 색깔의 버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이 버스에 관심을 가져다 주는 사람은 없었다.


철망 사이로 보이는 외곽...


옆자리에 앉은 사내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말 한마디 통성명 없이 모두들 앉아있다.


맨 뒤에 좌석 앞에는 철조망이 강력하게 쳐져있고 그 좌석에 정복의 사나이들이 모자를 눌러쓴 채 앉아있다.


그리고 앞에도 정복의 나이 많은 남자들이 앉아있는데...


다른 버스와 모양이나 분위기가 확연히 다른 버스...


다름 아닌 교도소 버스였다.


그 버스에 타고 있는 건장한 체력의 한 남자.


죄명 살인 및 살인 교사, 그리고 폭력.


성명 황철인...


수배 중 경찰들을 납치하여 경찰 한 명을 죽음에 이르게 하고 경찰들에게 폭력을 행사한 인물...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더 이상 항소를 하지 않은 사나이...황철인.


그가 징역을 살기 위해 원주 교도소로 이송 중이었다.


몇몇 다른 사람들과 버스에 타고 있었고 앞에는 교도관이 맨 뒤에는 경비교도대가 자리를 차지한 채 앉아 있었고 자신은 포승줄로 몸이 묶인채 손에는 수갑이 채워져 있었다.


물론 옷은 수의를 입고 있었다.


철인은 의자에 머리를 기대고 눈을 감았다.


1시간쯤 달렸을까?


원주에 거의 다갔을 무렵 철인은 눈을 떴다.


주변을 둘러보니 모두들 자는지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철인이 창문에 쳐져있는 철망 사이로 밖을 바라봤다.


교도소 버스를 가로질러가는 빨간색 승용차...


철망에 의해 자세히는 보이지만 않았지만 젊은 연인들 같았다.


승용차는 빠르게 버스를 앞질러가고 있었다.


앞을 달리던 승용차가 전방을 자세히 안봤는지 꺾어지는 굽은 도로에서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더니 핸들을 꺾어 차가 버스앞으로 급하게 들어왔다.


버스기사는 깜짝 놀라 브레이크를 밟았으나...


철인은 본능적으로 몸을 웅크리고 수갑이 채워진 손으로 좌석옆의 팔걸이를 꽉 잡았다.


브레이크를 급하게 밟아 타이어가 끌리는 소리. 뭔가에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차량은 승용차를 들이받고 핸들을 틀어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전복되고 말았고 뒤따라오던 다른 차량이 전복된 교도소 차량을 또 들이받은 것이다.


대형 교통사고였다.


철인은 정신이 없었다.


가까스로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신음하는 소리가 여기 저기서 들렸다.


맨 뒷자석에 타고 있던 경비교도대원들은 신음소리조차 내지 못한채 죽어있었다.


철인은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자신에게 묶어진 포승줄을 풀었다.


대충 묶기 때문에 쉽게 풀러졌다.


포승줄은 스스로 풀고 앞에 쓰러져있는 교도관에게 갔다.


그리고 주머니를 뒤졌다.


열쇠꾸러미가 잡혔다.


열쇠꾸러미 속에서 수갑키를 찾아 입에 물고 수갑키를 수갑에 꽂아 수갑마저 풀어버렸다.


수갑키는 모두 같으므로 하나만 있으면 교도소 전체의 수갑을 풀 수 있었다.


철인은 선천적으로 타고난 체질과 정신력 덕을 봤다.


유연한 몸이 사고났을 때의 충격을 완화시켰고 강한 체력이 사고 후에 바로 일어설 수 있었으며 뛰어난 판단력이 수갑까지 풀게하는 덕을 본 것이다.


철인은 차의 앞 유리를 발로 찼다.


이미 사고로 깨져있었기에 단 한 번의 발차기로 앞 유리가 떨어져 나갔다.


멀리서 사이렌 소리가 들렸다.


119 구급대 같았다.


철인이 차유리를 깨고 나가자 주변에 사람들이 많았다.


철인은 아랑곳하지 않고 가드레일을 넘어 뛰었다.


그리고 고속도로 옆에 있는 산을 향해 뛰었다.


어느 누구하나 철인을 제지하거나 잡기 위해 쫓아오는 사람은 없었다.




어느 한 아파트의 침실...


남녀가 실오라기 하나도 걸치지 않은 채 서로를 탐닉하고 있었다.


"학...학..."


"흐응...하....악..."


남자는 여자의 몸 위에서 허리를 움직이고 있었다.


깊고 깊은 두 사람의 입맞춤이 있었다.


"하학...학..학..."


"흑..흑.."


두 사람은 아무런 말없이 입에서 신음소리만 뱉어낼 뿐이었다.


남자는 여자의 몸에 모든 정성을 기울였다.


허리의 왕복 운동을 하면서도 키스를 계속 했고 손으로 여자의 몸을 감싸주었다.


"아...영호씨...사랑해요."


여자의 입에서 짧은 한마디가 흘러나왔다.


영호와 혜경이었다.


시련이 한 때 있었지만 두 사람은 사랑으로 시련을 이겨냈다.


영호가 혜경의 입에 다시 키스를 하자 혜경은 영호의 목을 끌어안았다.


따리라라 랄라라 랄리랄라라...


이 때 박화요비의의 "당신과의 키스를 세어보아요"의 멜로디가 들렸다.


혜경의 머리 위에 있는 영호의 핸드폰이었다.


혜경이 핸드폰을 잡기위해 손을 뻗었다.


그러나 영호가 혜경의 손을 잡았다.


"분위기 깨기 싫어."


혜경은 영호의 뜻을 알았는지 손을 다시 내려 영호를 감싸안았다.


핸드폰이 계속해서 울렸다.


그리고 끊어졌다 다시 울리고 끊어졌다 다시 울리길 여러번...


마지못해 혜경이 다시 손을 뻗어 핸드폰을 잡았다.


그리고 번호를 확인했다.


기동대였다.


"음...여보...전화 받아요...사...사무실이에요..."


영호는 대답을 하지 않은 채 고개를 흔들었다.


혜경은 그대로 핸드폰을 내려놓을려다가 생각을 바꿔 전화를 받았다.


"여...여보...세요?"


"언니? 뭐해?"


민서였다.


"뭐...뭐하긴???"


"저녁인데 벌써 뭐하는 것은 아니겠지?"


"얘...얘는..."


혜경은 흘러나오는 신음소리를 억지로 참아가며 통화했다.


그 와중에도 영호는 계속 허리를 움직여 혜경의 몸을 쑤셔댔다.


"언니...급한거야...반장님 좀..."


"알았어...잠시만..."


혜경은 영호에게 전화를 넘겼다.


영호는 전화를 받지않고 혜경에게 누구이냐고 눈빛으로 물었다.


"민서에요. 급하대요."


혜경은 전화를 바꿔주었다.


하는 수 없이 영호는 잠시 행동을 멈추고 전화를 받았다.


"나야...왜?.............뭐?...........그래서?............어....그래.......그럼 계속 관할 서하고 연락하고.........응........다른 대원들........다 연락하고 집합시켜........알았어............바로 갈게."


영호는 전화를 끊으며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전화에요."


"응....급한 일이 생겨서...나 좀 나가야겠어."


"그러세요."


"그리고,,,당신...잠시 자리좀 옮기지?"


"예?"


"응???아니 그냥."


"무슨 일이에요?"


"아냐...내가 가서 사람을 보낼테니까 잠시 고모님 댁이나 다른 곳에 가 있어."


"무슨 일인데요?"


"그냥 몰라도 돼."


"저도 알아야 할 이유가 있어요. 당신 일이고 또 제가 왜? 말해주세요."


"그게..."


"어서요."


"어...그게....황,,,철인이 도망쳤어."


잠시 두 사람 사이에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혜경이 먼저 입을 열었다.


"아니요. 저 여기 있을게요. 이제는 그렇게 안당해요. 당신이 위험한 곳으로 싸우러 가는데 어떻게 저 혼자 피할 수 있겠어요. 그리고 설마 여기 오겠어요?"


"그래두..."


"아니요. 괜찮아요. 당신이나 몸조심 하세요."


영호는 혜경을 꽉 끌어안았다.


그리고 옷을 입고 기동대로 향했다.




"아니...어느 놈이 남의 헛간에 와서 자는거야?"


허름한 집 창고에서 몰래 숨어서 자고 있던 철인은 어느 할머니의 소리의 깜짝 놀라 깼다.


철인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어떻게 할 것인가 생각 중이었다.


그냥 도망갈까 아니면 할머니를 죽이거나 협박을 할까?


그러나 잠시 후 할머니의 말에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젊은 것이 뭘 노려봐..."


"......"


"에이그...옷을 보니 아까 뉴스에 나온 놈이군."


철인은 할머니의 말에 깜짝 놀랐다.


"에라...이 썩을놈아. 젊은 것이 할 짓이 없어 죄를 짓고 다녀. 이 몹쓸 놈."


할머니는 철인의 머리를 쥐어박으며 훈계하듯 말했다.


"아야..."


갑작스런 할머니의 공격(?)에 철인은 그만 놀라며 소리를 질렀다.


"언제까지 거기 서 있을거여? 빨랑 나오지 못해?"


할머니는 소리를 지르며 먼저 창고를 나갔다.


뒤따라 나오던 철인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무도 없어. 이 잡것아."


"에휴...저 늙은이를 그냥..."


철인은 자신에게 반말하며 욕을 하는 할머니를 바라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따라와. 배고플 것 아녀?"


할머니는 철인을 방으로 데려가 앉힌 후 다시 밖으로 나가며 말했다.


"걱정하지마. 밥 가지러 가는 것일테니. 잠시만 기다려."


철인은 할머니를 바라보았다. 할머니는 부엌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할머니는 밥과 반찬이 차려진 상으로 들고 나왔다.


철인은 엉겹결에 가서 상을 받을려고 했다.


"저리가. 부랄달린 놈이 이런거 드는 거 아녀. 어여 썩 물러나."


할머니의 불호령에 철인은 자신도 모르게 뒤로 물러났다.


두 사람은 밥상을 사이에 두고 앉았다.


"배고플테니 어여 먹어. 한알도 남기지 말고 다 쳐먹어. 음식 남기면 벌 받아."


철인은 아무 말 없이 할머니를 쳐다보더니 숟가락을 들어 밥을 떠 먹었다.


"저런 썪을 놈. 고맙다는 말도 없어 쳐먹네."


"켁..."


할머니의 말에 철인은 갑자기 기침을 하였다.


"어여 물 마셔. 밥도 제대로 못쳐먹네."


철인은 물을 마시고 밥을 먹기 시작했다. 할머니도 숟가락을 들고 식사를 했다.


식사를 하다가 철인이 입을 열었다.


"할머니...할머니는 제가 안무서우세요. 제가 할머니를 죽일수도 있고..."


"이런 우라질 놈..."


"......"


"내가 살아야 얼마나 산다고...얼른 밥이나 쳐먹어."


철인은 아무런 말도 못하고 밥을 먹었다.


밥을 다 먹은 두 사람...


할머니가 철인을 향해 물었다.


"그래. 무슨 죄를 진거여?"


"그게..."


"사람 죽였다며? 그리고 경찰도 납치하고..."


철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에휴∼ 몹쓸 놈."


"근데 제가 안무서워요?"


"이 놈아 내가 살면 얼마나 산다고... 차라리 죽었으면 좋겠다."


할머니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천장을 한없이 바라보았다.


"내 아들도 징역 살어. 네 놈보면 그 괘씸한 아들 놈 생각이 나네."


"......"


"그 놈도 사람을 죽여서 오래 살고 있어. 아마 나 살아서는 못 나올거야. 네 놈이나 우리 아들 놈이나... 에휴..."


할머니의 눈에 눈물이 고이는 듯 했다.


할머니는 일어나 옷장에서 옷을 꺼냈다.


"이것으로 갈아입어. 이 놈아 그렇게 다니다간 바로 잡혀. 이미 경찰들이 산을 둘러싸고 올라오고 있을게야. 그거 입고 위로 올라가. 여긴 산세가 험하고 높아서 산만 잘 타고 올라가면 안잡힐 수도 있어."


"할...할머니.."


"이놈아. 잡히든 안잡히든 꼭 살어. 이놈아. 꼭 살아서 네가 지은 죄 착한 일하고 약한 사람 도와서 갚어. 이 몹쓸 놈. 어찌 사람을 죽였을꼬..."


할머니는 눈물을 닦으며 상을 밖으로 들고 나갔다.


철인은 할머니가 준 옷을 입었다. 그리고 밖으로 나오자 할머니는 낡은 운동화를 꺼내주었다. 그리고 철인이 벗어놓은 수의와 고무신을 아궁이에 넣었다.


"꼭 살아라. 그리고 착하게, 착하게 살아. 다신 몹쓸 짓 하지 말고..."


"할머니..."


"어여...어여 가...추우니까 얼어죽지 말고 이놈아...."


할머니는 철인을 보고 빨리 가라고 손짓했다.


철인은 할머니를 바라보며 뒷걸음질 치다가 산을 향해 들이뛰었다.


"에이구...몹쓸 놈. 꼭 내 아들 같네. 죽지 말고 세상에 지은 죄 다 갚아야 하는데...에휴∼"


할머니는 철인의 뒷모습을 보고 혼자 말하며 다시 집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부엌에 주저앉아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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