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그 열두번째 - 단편

추억 그 열두번째 - 단편

속사정 0 3171

추억 그 열두번째곰곰 생각해보니 만남에서 헤어짐까지 참 여러 여자를 만났지만


완전히 연락두절이 되지 않고 카톡이나 혹은 문자로 아직도 연락이


닿고 있는 사람이 여럿 되네요. 다들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지만


얼마 전에 좀 겁이 나서 안 좋은 소리를 했고, 차단을 한 여자가


있습니다. 오랫동안 알아 왔고, 그녀가 행복해졌으면 하는 바람과


더불어 이제는 그녀와의 기억을 지우려고 이 글을 남깁니다.


다시 말하지만 야설이 아닙니다. 제 글은 기억 속 여자들과의 추억담


이므로 늘 그렇듯이 자극적인 건 없습니다. 만남이 제일 중요하고,


그 다음이 과정이고, 마지막이 섹스입니다. 개인적 취향과 사고가


섹스는 교감이 있어야 비로소 완성이 되고, 교감이 있으면 어떤


섹스도 즐겁다고 여기기에 그렇습니다.


흠…바람 피면서 못할 짓 한 것이 세번인데..아니 바람피는거 자체가


나쁜것이긴 하지만 여하튼 그 마지막이 되겠습니다. 꽤 기네요…


호사다마란 이런 상황을 두고 하는 말 일거다. 치열한 경쟁을 하던 업계


의 잘 나간다고 여겼던 회사가 부도가 났고, 어쩔 수 없던 그 회사의


거래처들이 우리 쪽으로 넘어 와서 한 해의 평균매출을 반년도 안되어


달성하며 희희낙락하던 어느 겨울날 뜬금없이 세무서에서 연락이 왔다.


그 회사는 비록 우리와는 경쟁관계였지만 필수불가결하게 서로 필요에


의해 일부 거래를 할 수 밖에 없던 오월동주 같은 업체였고, 그 회사가


허위매출 부풀리기를 하면서 부가세 부분에서 문제가 되어 거래관계에


있던 모든 회사의 매출관계를 전수 조사한다는 것이었다.


우리 회사와는 정상적인 상거래임을 증빙해야 하는 문제가 생겼다. 세법이


정말 웃긴게 세무서는 그저 업체의 사정은 전혀 고려치 않은 채 문제


제기만 하면 그 뿐이고 그에 대한 소명은 오롯이 조사를 받는 업체에서


해야 되는 것이다.


주장을 하려면 그에 대한 논거를 준비하는게 기본이고, 죄를 처벌하려면


그에 대한 증거를 제시해야 되고, 소송을 하려면 상대의 잘못을 원고가


밝혀야 되는데…이 놈의 세무서들은 정말…


그렇게 의혹이 있으면 지들이 조사를 해야지. 나쁜 새끼들 너무 편하게


사는 새끼들


우리회사가 외감법인도 아니어서 그저 세무사에 기장대행과 결산만 맡기고


있었기에 세무사 사무실에 찾아 갈 일도 없고 가끔 증빙자료나 던져주러


경리직원이 찾아갈 뿐이었지만 이런 일에는 어쩔 수 없이 직접 챙길 수


밖에 없었다.


그러고 보니 세무사 사무실 위치도 제대로 몰랐다. 주소를 찾아 세무사를


만나 상담을 하고, 그에 대한 후속 증빙자료 준비를 사무장이라는 여자를


불러 시키고, 저녁시간이 되어 미안한 마음에 의례적인 식사대접을 하겠다니


하던 일 덮고 쪼르르 쫓아 나왔다.


이건 그냥 언제 소주나 한잔하자는 류의 의례적인 인사였는데…


세무자료를 준비할 때는 신경도 쓰지 않았는데, 막상 붐비는 식당에


마주 앉아보니 겨울이라 짙은 스웨터에 하얗게 올라온 목이 여자로


여겨졌다. 두어시간 자료를 같이 챙기면서 말을 나눠서인가 아니면


가끔 통화로 결산서류를 챙겼기 때문에 그런것인가…의외로 아주 많은


어색함이 든 것이 아니었고, 아줌마인걸 티라도 내는 듯 스스럼없이


친하지도 않은 남자 앞에서 삼겹살을 뒤집으면서 웃고 있는 모습이


조금은 편하게 여겨졌다.


‘삼겹살이라 좀 느끼한데 맥주라도 한잔 할래요?’


‘이거 먹고 들어가서 마무리하고 가게요.’


‘하하 네…모 그렇게 급한건 아니잖아요’


‘아뇨. 이거 잘 준비해야 돼요. 소명자료 제대로 안되면 사장님 많이


불려 다녀야 돼요. 그리고 세무사님이 이런거 지연되는거 안좋아해서요’


조사 종료되면 맛있는거 사달라는 말 또한 어쩌면 저녁이나 먹자는


말처럼 의례적인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그녀는 술도 없는 삼겹살을


나름 맛있게 먹고 다시 일터로 갔고, 나는 목덜미를 파고 드는 겨울


찬바람을 옷깃으로 세우고 돌아 섰다.


며칠이 지나 준비된 소명자료를 가지고 강남역 근처의 세무서에 던져주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그녀에게 감사의 문자를 보냈다. 그러나 그것 또한


아무런 사심이 섞이지 않은 감사의 마음을 담은 문자였다. 사심을 담을


수도 없는 것이 이 여자는 우리 회사에 대해 너무 속속들이 알고 있다.


매출, 이익, 탈세(절세라고 우기지만…) 그리고 그 방법…


마치 가정경제를 꿰고 있는 와이프처럼 우리 회사를 갈기갈기 쪼개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는 여자였다. 남녀의 만남은 일정부분 포장이


필요한데 이 여자는…


‘사무장님 고생했어요. 소명자료 제출했고…괜찮다네요. 수고했고 고마


워요. 세무사님께도 문자 보냈어요.’


바로 문자가 왔다.


‘제가 뭘요 ^^ 사장님 고생하셨어요. 보완할거 없대요?’


‘나중에 연락준다고 하는데…대충 흝어 보더니 이 정도면 될거라네요.


사무장님이 세무사 자격증 따는게 나을거 같아요.’


‘와 잘됐네요. 음…이제 맛있는 밥 사주세요 ^^’


세무서에서 강남역까지 걸어내려 오면서 맞은 차가운 겨울바람에 실려…


그녀가 왔다. 한 줄기 갸날픈 미풍처럼…


아니…이건 그냥 의례적인 걸거야. 의미를 부여하지 말자. 이건 그냥


인사말이야. 인사말…


다음 날 식사약속에 맞춰 교대 건너편에서 그녀를 픽업했고, 거리낌없이


옆자리에 올라 탔다.


‘모 먹고 싶은거라도…’


‘삼겹살 말고 소고기 사주세요. 꽃등심ㅎㅎ 요즘 회사 잘되잖아요ㅋㅋ’


이런…


이래서 안되는거야. 잘돼도 안돼도 속속들이 다 알고 있다는 건 좋은 일이


아니다.


‘그래요. 그럼…그런데 집이 어느쪽이에요?’


‘둔촌동이에요’


‘음…그럼 방이동 쪽으로 가죠. 저녁 먹고 가려면 날도 추운데 귀찮을테니…’


한 겨울 칼바람이 매섭게 몰아쳤지만 방이동 골목은 활기에 넘쳤다. 두툼한


외투와 목도리까지 두르고 하얀 입김을 내뿜으면서도 즐거움으로 터져나오는


웃음이 가득한 고깃집이었다.


‘조금씩 구워주세요~ 천천히 먹어도 돼요. ㅎㅎ 저녁 먹고 들어간다고


얘기했어요. 아! 그냥 먹으면 느끼하시댔죠? 소주도 한병!’


이렇게 말수가 많은 여자였나. 무슨 얘기를 해야 하지. 거래처라면 거래처고


회사살림을 속속들이 아는 와이프라면 와이프인데…지극히 사무적으로


대하는게 맞겠지.


그러나 소주 몇잔이 들어가자 수고함에 대한 공식적인 저녁식사 자리가


아닌, 거래처가 아닌, 치부를 속속들이 꿰고 있는 아킬레스건이 아닌…


여자로 느껴지기 시작했고, 난 평범한 남자가 되어 갔다.


술 한잔에 노고를 치켜 세웠고, 술 두잔에 세무서를 씹었고, 술 세잔에


그녀의 현재를 알게 되었고, 술 반병에 그녀의 웃음진 눈매에서 호감을


느꼈고, 술 한병에 말을 놓은 사이가 되었다. 그녀의 시선이 두려웠다.


아니 어떻게 마주쳐야 할 지 부담스러웠다.


쌩긋 웃는 눈은 온전히 한 여자의 눈으로 느껴졌기에 술 잔이 채워지는


머리 속은 혼란스러웠다. 여전히 거래처일 뿐인데…


1차에 대한 답례로 2차를 사겠다는 호기로운 말을 기대한 건 아니었다.


예기치 않은 2차 제의에 눈 앞에 바로 있는 바로 들어갔고, 그녀는


흐느끼는 블루스 음악 속에 비로소 여자가 되었다.


어둑한 실내에 흐르는 음악에 호감을 보내 왔고, 차가운 맥주를 잔에


따라 주며 남자임을 알려 줬다.


늦지 않게 대리를 불러 그녀를 내려주고 집으로 가는 길에 취기가


올라왔다. 아니 혼란이 밀려왔다. 정리되지 않은, 예기치 않은 그녀의


눈웃음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 지 복잡했다. 집에 다다를 즈음 진동이


울렸다.


‘저녁 너무 맛있게 잘 먹었어요. 2차는 제가 내려고 했는데…다음에


제가 밥 살게요 ^^’


…응? 다음에?! 흠…다음에…다음에라…


그런데 그 다음은 보름이나 지난 후였다. 무슨 일이었는지 꽤나 바쁜


겨울이었고, 여전히 정리되지 못하고 혼란스러웠던 나는 쉽게 다음을


말하지 못했다.


또 다른 느낌의 저녁 자리가 있었다. 거래처라는 이름이 조금 더 퇴색


되었고, 그저 한 명의 여자로 보여졌다. 그래…그냥 가보는거야…


‘많이 바쁘셨나 봐요. 뭐 드실래요? 말씀만 하세요! 오늘은 제가


쏩니다. 하하하’


의례적인 말일텐데 듣고 싶은 것만 들렸다. 바쁘셨나봐요…투정으로


들려왔다.


교대 맞은편 보쌈집에서 마주 앉은 두번째의 술자리에서 그녀를 조금


더 알게 되었다.


삼십대 중반을 지나는 나이, 전문대를 나와서 하게 된 경리업무, 그래서


옮기게 된 세무사 사무실, 대학 시절 알게 된 남자와의 이른 결혼,


그리고 제법 큰 아이 하나…


이른 결혼을 하는 여자들이 뒤 늦게 딴 생각을 품는 경향이 많은 건


어쩌면 아줌마가 되어 염치를 쉽게 포기하는 여자들의 속성에 기인한


것인지도 모른다.


혼자만 나를 알고 있다는 것에 대한 미안함이었는지 그녀는 의외로


자신에 대한 얘기를 술잔에 넣어 털어 놨다.


가끔 우리회사에 들러 사무실에서 얘기하는 나를 몇 번 봤고, 나쁘지


않은 인상을 가지고 있었는데 세무자료 준비로 같이 몇시간을 보내게


되었을 때 일에 열중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는 낯 뜨거운 말을 아무


렇지도 않게 했을 때 내 얼굴은 알코올 기운이 아닌 부끄러움으로


달아 올랐다.


뭔가 홀릴만한 칭찬을 해야 하는데…여전히 내 머리 속은 망설이고


있었다.


그 다음은 비교적 빨리 찾아 왔다. 어느 오후 지난 번 저녁에 대한


답례를 제의했고, 아주 당연히도 저녁자리에 마주할 수 있었다. 사무실


근처에서 그녀를 픽업해서 방이를 지나 조정경기장 근처의 카페촌으로


이동했고 난 비로소 그녀가 여자인지 확인하고자 하는 결심을 했다.


이런 관계는 너무도 위험하지만 다가오는 여자를 마다할 수는 없다.


맥주잔에 부풀어 오른 거품이 주저 앉을 때 두근거렸던 마음도 차분히


가라 앉았다.


‘우리…자주 볼까?’


뒤에 부언부언 거절에 대한 두려움을 감추고자 무슨 말인지 지껄였고


그녀는 조용히 눈을 맞추며 말했다. 잠잠했던 심장 어림이 다시 두근


거리기 시작했다.


‘나 좀 무서워요. 매일 집에 가면 사장님 생각이 나요.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무서워요.’


그렇게 생기 있게 떠들던 그녀가 가라 앉았다. 작지도 않은 카페의


음악소리에 묻힐 수 있는 작은 목소리였지만 쐐기처럼 그녀의 말이


귀에 꽂혔다.


‘생각 많이 했어요. 이런 기분을 어떻게 해야 되나…그래도 생각은


죄가 아니니까. 그런데 나 상처 받기 싫은데…좀…무서워요’


두서없는 말이 카페를 가득 채웠다. 생각이 많았지만 정리되지 못한


단어들이 순서없이 섞여 나왔고, 나는 그녀 또한 나처럼 혼란에


빠져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녀가 혼란에 빠지자 나는 오히려 정리가 됐다. 아니 그녀에게


힘을 실어 주려는 뻔한 의도였다.


‘그냥 마음가는 대로 가보고…돌아올 수 있는 곳까지만 가자. 가다가


아니다 싶으면 돌아올 수 있는 곳까지만 그냥…가보자’


대리를 부르기도 애매한 맥주 두어병이 비워졌고, 차가운 맥주가


더 이상 차갑게 느껴지지 않고 따스하게 목을 적셨지만 넉넉히


저녁대용으로 시킨 안주는 그대로 식어 갔다.


밖으로 나와 차까지 가는 그 짧은 거리에 그녀가 팔짱을 껴왔고,


차가운 강변의 바람에 머리결이 휘날려 뺨을 스치며 향기를 남겼다.


차에 올라 히터를 켜고 차를 움직이자 당연히 음주 괜찮겠냐는


우려가 있었고, 나는 그 말을 기다려 차를 조금은 한가한 곳에


주차를 했다.


입술이 있었다. 차가운 겨울 공기 속에서도 여자의 입술은 늘


따뜻하다. 뺨은 여전히 차가웠지만 입술은 몽롱한 생각이 들


정도로 따스했다. 얼지 않는 타액은 달콤한 혀를 통해 건너왔고


고른 치열 속으로 파고 들어간 혀를 쉬임없이 마주하여 희롱하는


그녀의 입술이 기뻤다.


가슴을 파고 들었다. 아직도 온기가 돌지 않은 손이었는지 맨


살에 닿는 차가움에 그녀가 몸서리를 쳤다. 조심스럽게 브라


가운데를 더듬어 골을 따라 내려와 손가락 끝으로 꼭지를


찾았다.


아이를 낳은 여자의 조금은 토실한 꼭지가 손 끝에 걸렸고, 크지도


작지도 않은 가슴이 손바닥에 눌려왔을 때 나는 비로소 그녀가


온전히 여자로 여겨졌다. 유리창이 차 안의 습기로 뿌옇게 서렸을


때 그녀가 말을 했다.


‘그만…이제 그만 가요…나 힘들어요’


창문을 내리자 겨울 공기가 밀려 들어와 머리를 깨우고 부풀어


오른 바지춤을 가라 앉혔다. 어느 새 시간이 훌쩍 지나 열 시가


다 되어 가고 있었다.


또 다른 술자리가 주어졌을 때 비로소 그녀와의 틈이 사라졌다.


4분기 부가세 신고가 있는 동안 힘들게 일했는지 하루의 휴무가


그녀에게 주어졌고, 한적한 겨울 한 낮의 강변도로를 달려 팔당호의


카페에 들러 식사를 하고, 차를 마시고…


차가운 겨울 바람으로 일렁이는 호수는 눈으로 차가웠지만 따뜻한


온기로 채워진 카페 내부는 옆자리에 앉아 재잘거리는 그녀로 인해


더욱 평화로웠다.


뭐 그리 할 얘기가 많은지…그녀는 소소한 일상을 나풀거리고 있었지만


내 귀는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를 듣지 않고 향기만을 쫓았다.


어깨로 손을 돌려 귀를 만지작거리면서 귀로 스쳐 지나가는 얘기를


흘렸고, 문득 그녀가 나를 봤을 때 입술을 닫아 버렸다.


조용한 2층의 한겨울 카페에 사람이 없음을 감사했고, 입술에서 더운


향이 배어 나올 때 속삭였다. 그녀가 내게 했던 말을…


‘나 힘들다…나가자…’


부풀어 오른 바지춤을 정리할 때 그녀의 시선이 느껴졌다. 좀 창피하지만


애도 아니니 다 알고 있겠지.


계산을 하고 차에 오르는 동안에도 그녀는 아무 말이 없었다. 이건 무언의


동의다.


오늘은 처음이다. 처음의 여자는 늘 망설인다. 그 망설임의 간극은 생각할


여유를 주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 놈의 주변에 모텔이 보이지


않은 것이었다. 바보같이 오면서 그녀 떠드는 소리에 주변 탐색을 하면서


오질 않은 것이다.


이렇게 여유로운 시간에 남녀가 만났으면 당연히 생각을 미리 했어야


했고, 쉴 만한 곳이 있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어야 했다. 바보같으니,


멍청한 놈…


차를 돌려 미사리 쪽으로 나오는 길에 들어갈 만한 곳이 보이지 않았고,


난 점점 초조해졌다. 여자는 민감하다. 초조함을 눈치챘을거다. 먹이를


좇는 동물에 지나지 않는 발정난 남자를 알아채지 못했을 리가 없다.


‘이제 괜찮죠? 그냥 가요. 하하’


그녀의 말은 귓가에 흘릴 수 밖에 없다. 그저 손을 뻗어 그녀의 손을


잡아 만지면서 대꾸도 없이 하남시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너무 오랫동안


손을 잡고 있었나…그녀의 손에 땀이 차오른다고 느꼈을 때 비로소


하남시에 모텔이 보였다. 신축인지 오래된건지 따질 겨를이 없었다.


그저 운에 맡기는 수 밖에…


난 운이 나쁘진 않은 사람이었다. 모텔 주차장에서 쭈뼛거리며 무슨


말인가 하려던 그녀의 손을 잡아 이끌고 말없이 계산으로 하고 방문을


열었을 때 나쁘지 않은 냄새에 안도했다.


양치도 하지 않고 그녀를 잡아 침대로 눕혔다. 두툼한 겨울 스웨터를


입은 채 아무 말도 없이 누워 있는 그녀에게 입맞췄다. 누구나 항상


처음은 어색한거야…말은 자칫 그 어색함을 배가시킬 수 있다. 이런


때야 말로 웅변보다는 몸짓의 진실함이 필요한 것이다.


짧았던 카페에서의 아쉬운 키스보다는 이렇게 편안한 그리고 안락한


키스가 끈적하다. 일부러 키를 꽂지 않았기에 조명이 켜지지 않은


실내는 눈을 감지 않아도 충분히 표정을 감추어 주었고, 그런만큼


오롯이 감각만이 살아 있는 입맞춤이 좋았다.


가슴으로 손을 가져가지 않아도 괜찮았다. 어차피 곧 내 것이 될 터인데


굳이 서둘러 스며들 이유가 없다. 손을 들어 볼을 어루만지고,


혀를 희롱하며 손 끝으로 입술을 어루만졌다. 어느 새 차가운 뺨은


사라지고 따스한 온기가 흐르고 있었다. 입술라인을 따라 손 끝에


그녀의 입술을 걸고, 귓 볼을 만질 때 그녀가 눈을 떴다.


‘입술 만져주니 너무 좋아요. 사랑받고 있는 느낌이에요’


‘…...’


‘우리 이래도 되죠? 괜찮다고 해줘요…’


‘…괜찮아’


‘씻고 올게요’


적당한 조도를 맞춰 놨고, 샤워타올을 두르고 어색한 걸음으로 나와


시트 속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애써 외면했다. 샤워를 마치고 팬티를


입을 것인가를 망설였다. 배스타월은 내가 써야 되는데 이미 두르고


나갔으니...그대로 작은 타월로 하체만 가린 채 밖으로 나왔고, 그런


생각은 쓸데없는 망설임이었다.


욕실에서 나왔을 때 그녀는 시트를 머리까지 뒤덮고 웅크린 채


모로 누워 있었다. 이불속으로 파고 들어 뒤에서 그녀의 어깨를


잡을 때도 그녀는 미동도 않은 채 그대로 숨죽이고 웅크리고 있었다.


욕실에서 침대까지 그 짧은 거리에도 체온은 급격히 식어 소름이


돋을 정도였지만 뒤에서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자 이내 따스해졌다.


차가운 내 몸에 그녀가 살짝 몸을 떨었지만 그 뿐이었다.


무슨 말을 해야 하는건가. 아니면 그냥 있어야 하는 건가…


어깨를 쓸어 내려 매끄러운 피부를 따라 팔로, 손으로 이어졌다


다시 흝어 올려 어깨에 이르렀을 때 그녀가 손을 잡았다.


‘약속해 줘요. 상처 주지 않겠다고…’


무슨 말인지 모르겠고, 무슨 의도인지도 모른다. 아니 알고 싶지


않다. 이런 모호한 단어는 해석하는 사람에 따라, 상황에 따라


다른 것이니까…그저 모호한 약속뿐…


‘그래…괜찮아’


손을 빼서 등뒤에서 안은 채 가슴으로 다가 갔다. 여전히 싸늘한


방안 공기 때문인가…그녀의 유실은 꼿꼿하게 얼어 손바닥을 찔러


날카롭게 솟아 있었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가슴을 뒤에서 감싸 안아 양손으로 움켜쥐자


작은 신음이 흘렀고, 내 손 등 위를 서성거리던 손이 사라지더니


아까부터 발기되어 힙을 찌르고 있던 심볼에 나타나더니 바로


움켜 쥐었다.


곧게 팽창한 발기가 그녀의 손 안에서 조심스럽게 꿈틀댔다. 목덜미


를 핥고 가슴을 쓸어 내려 배꼽에 이를 때도 그녀의 손은 여전히


심볼을 잡은 채였고 그녀를 눕혀 가슴을 찍어 눌렀을 때야 비로소


내 어깨를 둘러 왔다.


가슴을 물고, 핥아 골반을 지나 치골을 스쳐 사타구니에 도달했을


때 그녀는 활이 되었다. 충분히 흘러나온 액이 틈새를 뚫고 나와


체모에 젖어 있었고, 흥건해진 물을 핥아 올릴 때 힙을 들어 좀 더


편안한 자세로 벌어진 조개살을 맛볼 수 있었다.


음란하게 벌어진 틈새로 끊임없이 맑은 액이 솟아 나왔다. 음순


주변만 면도를 한건지 까실한 느낌이 입가에 있었고, 가슴을


쥐어 짜며 헤메고 있는 그녀의 손을 내려 사타구니로 가져 오자


양손으로 틈새를 벌려 클리토리스를 노출시켰다.


혀 끝에 말랑하게 돋은 클리토리스를 핥자 신음이 한층 더 높아졌고,


구멍속으로 혀를 한껏 밀어 넣었을 때 탄성이 애액과 함께 울컥


배어 나왔다.


목덜미가 뻐근해져 그녀 위로 올라 갔을 때 젖을 빠는 아기처럼


그녀가 입술로 찾아 들어 혀로 들어왔다.


심볼에 그녀의 틈새에서 흘러나온 액이 젖어 축축함이 느껴졌다.


음순으로 마찰하는 귀두의 매끄러움은 나를 늘 흥분시킨다.


삽입하지 않고 틈새를 가로 질러 느끼는 끈적함이 더 할수록


그녀의 꿈틀거림도 심해졌다.


아주 천천히 귀두를 지나 기둥으로, 그리고 뿌리 끝까지 밀어


넣자 저항이 느껴졌다. 입구는 그렇지 않았는데 질의 중간에서


약간의 좁음이 느껴졌지만 그 곳을 지나 귀두 끝에 질 입구가


닿았다. 질이 짧은 여자였다. 도돌도돌한 느낌으로 물렁뼈 같은


돌기가 질 안쪽 깊은 곳에서 귀두를 만져왔을 때 그녀는 다리를


들어 허리를 감싸고 흥분했다.


처음이니까…


처음이란 신선함이다. 신선함은 호기심이고, 호기심은 관심이다.


너무 많이 가면 어느새 익숙해지고 그 익숙함은 자칫 지루함으로 변한다.


서늘했던 방안 공기에 뒤집어 썼던 시트와 이불이 언젠가부터


바닥에 팽개쳐져 있었고, 사정의 쾌감이 등골을 뚫었을 때 방 온도는


이내 차가워졌다. 이불을 뒤집어 썼을 때 샤워를 하고 나온 그녀가


금세 차가워진 물수건을 만들어와서 얼굴을 그리고 몸을 닦아 줬다.


‘사장님. 힘들죠? 땀봐 ㅋㅋ’


‘…사장이 뭐야’


‘그럼 오빠로 할까ㅎㅎ 오빠, 오빠, 오빠, 좋다 히이~’


그렇게 그녀와 나는 남매가 되었다. 아주 가까운 남매가…


그녀와 자주 만나지는 못했다. 자주 보려면 얼마든지 자주 볼


수 있는 거리였지만 자칫 이런 관계를 들키기라도 하는 날이면


정말 곤란한 일이 생길 것이기에 그녀도 나도 의도적으로 만남을 자제했다.


그런만큼 만남의 열락은 컸다. 문자로 주고 받는 속삭임에 지치면


텔레파시라도 통한 것처럼 동시에 만남을 약속했고, 만날 약속의


암호는 ‘go?’ 였다.


Go를 던지고 go가 화답되면 여지없이 만나서 저녁을 먹고, 때로


술잔을 기울이고 때로 입술을 찾았다. 지친 업무를 그녀도 이미


충분히 알고 있었고, 회사의 매출사정, 현금흐름을 꿰고 있는


그녀였기에 편안했다.


어디에도 얘기할 수 없는 치부…가정은 언제나 내가 지켜주어야 할


곳이기에 와이프에게는 말할 수 없는 어려움은 언제나 그녀의 몫이


었다. 그녀는 내게 정말 느닷없이 찾아온 큰 행운이었고, 나는 세무


서에 감사의 인사를 보냈다.


그녀는 오랄을 좋아했다. 받는 것 보다는 하는 것을 좋아했다. 방에


들어가면 늘 씻고 나오자 마자 나를 의자에 앉혀 놓고 안부 확인해야


된다는 핑계로 심볼에 입맞추고 허겁지겁 빨아 댔다.


무릎꿇고 앉아 눈을 내려깔고 타액으로 번들거리는 기둥을 핥으면서


그녀는 아마도 채워지지 않은 욕망의 갈증을 해결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허기를 채우고 나면 무릎으로 걸터 앉아 흥건해진 틈새로


심볼을 밀어 넣고 허리를 놀렸다.


마주 앉은 체위로 힘들어지면 다시 바닥으로 내려가 애액으로 번들거


리는 심볼을 핥고 정액이 분출할 때를 기다려 그것을 마셨다.


‘단백질!’


‘나 남편이랑은 콘돔써. 느끼지도 않아. 그냥 덤비면 받아 주긴


하는데…나 목석인가봐’


‘내 안에 직접 들어오는 건 오빠 밖에 없어’


‘오빠 왜 이렇게 잘해?’


‘오빠 넣고 다니고 싶다’


‘가만 있어봐. 오랜만에 인사해야지!’


어느날 시간이 부족해서 허겁지겁 모텔을 찾아 식사를 해결하려 꼬리


곰탕을 주문해 배달이 왔을 때 밥을 먹어 배라도 나오면 미워보일까


그랬는지 반도 채 안먹고 남겼고, 그런 아이 같은 생각은 이미 없는


나는 그녀가 남긴 곰탕 그릇을 끌어 당겨 맛있게 먹었다.


‘쫌 감동했어. 더러운데 내가 남긴 걸 다 먹네…’


그날 헤어져 돌아가는 길에 온 문자였다. 문득 어느 프로그램에서 본


기억이 떠올랐다. 반쯤 먹다 남긴 걸 스스럼없이 먹어주는 남자에게


애정을 느낀다는 얘기가…의도치 않았지만 그렇게 감동도 주었다.


일년이 다 지나 가고 있었다. 다시 추운 겨울이 왔고 일주년을 기념하여


연말 송년회 자리를 가졌다. 둘이 하는 송년회도 재미있다. 물론 적절한


프로그램을 준비해야 하지만…


‘올 한해를 기념하면서 송년회를 시작하겠습니다. 먼저 한 해 동안 본인을


뒷바라지 하느라 힘들었던 xxx 사무장님께 감사 선물 증정이 있겠습니다.


내빈께서는 뜨거운 박수로 축하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허무맹랑한 멘트로 작은 선물을 준비해서 그녀의 목에 걸어 주고,


인터뷰를 시작했다. 소주병에 숟가락을 마이크 삼아…


‘올해 제일 잘했다고 생각되는 것은?’


‘오빠 만난거’


‘올해 제일 아쉽다고 여겨지는 것이 있다면?’


‘오빠 너무 늦게 만난거’


‘내년에 계획이 있다면?’


‘오빠랑 한 달에 최소한 두 번 만나기’


택도 없는 유치한 문답놀이에 그녀의 질문 차례가 됐고 똑 같은


그녀의 질문에 적절히 대답을 했다. 작은 술자리가 끝났고 송년회에


어울리는 둘 만의 공간이 있는 노래방으로 자리를 옮겼다.


아직은 뜨거운 남녀가 외부의 시선이 차단된 노래방에서 그것도


알코올이 들어가 부끄러움을 잊은 상태라면 하는 짓은 뻔하다.


몇곡인가 노래방에 어울리는 적당한 선곡으로 분위기를 잡고


맥주 한캔으로 목젖을 달래며 부둥켜 안고 흐느적거릴 때 그녀가


무릎을 꿇었다.


불투명으로 내부가 보이지 않는 구조였지만 혹시라도 있을 지


모를 불의의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 문에 기대어 서서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부를 때 바지의 지퍼를 내리는 손길 있었다.


작은 지퍼에 조금은 짜증이 났던가. 벨트를 끌러 팬티를 내리더니


아직은 힘이 들어가지 않은 심볼을 한 손으로 받쳐 든 그녀가


망설이지 않고 입술을 대는 듯 싶더니 이내 귀두를 삼켜 빨아


들이기 시작했다.


노래는 이미 박자를 놓치고 온 신경은 머리결에 가려 보이지 않는


그녀의 입술이 스치는 느낌에 가 있었다. 어느 새 부풀어 오른 심볼에


그녀의 가지런한 치아가 느껴지는가 싶더니 뜨거운 목젖이 닿고,


침으로 축축히 젖은 기둥을 쓸어 올리더니 사정이라도 시키려는 듯


강한 혀의 놀림과 손가락으로 압박을 주어 흔들어 댔다.


쾌감이 스멀스멀 피어 올라 정수리에 닿을 즈음 노래가 끝이 났고


난 서둘러 몇 곡을 더 입력했다. 제목도 모르는 음악을…


‘무릎 아프잖아. 이제 그만…일어나…’


그녀에게 미안했다. 딱딱한 바닥에 무릎이 아플 것이고, 목의


움직임에 콧잔등에 배어 나온 땀에 힘들 것이다. 나야 좋지만…


괜찮다며 도리질을 하며 여전히 심볼을 입에 물고 흔들자 얼마


지나지 않아 신호가 왔고, 사정의 쾌감이 온 몸으로 퍼졌을 때


그녀의 목울대로 무엇인가 삼키는 소리가 들린 것은 착각일 것이다.


바지도 채 추스리지 못하고 의자에 쓰러지듯 주저 않아 눈을


감고 쾌감을 음미하고 있자 그녀가 덮치듯 안겨 왔다.


‘사랑해…오빠…’


정액은 여전히 그녀의 입에 여운을 남기고 살아 있을거다. 난


그녀의 입맞춤에 한사코 도리질을 했다. 난 그 냄새가 싫다고…


포기한 그녀가 백을 열더니 조그맣게 포장된 상자 하나를


들이 밀었다. 연말 선물…이런 난 미처 준비를 못했는데…


봄이 되었을 때 그녀가 이직을 했다. 출퇴근이 조금은 더


편한 세무사 사무실로의 이직을 했고, 그녀와 나는 점점 익숙해져 갔다.


처음의 열기는 어느 새 따스한 온기로 바뀌었고, 그녀가 회사의


장부를 들여다 보지 못한다는 점에 난 안도했다.


낮시간 잠깐의 짬을 내어 후미진 골목을, 어두운 지하주차장을,


한적한 강변을 찾아 그저 싼 커피를 뽑아 홀짝거리다가


그녀의 손에, 입술에 심볼을 맡기고 오디오에서 흘러 나오는


재즈 음악에 사정하는 일이 반복됐다.


봄이 지날 때 그녀의 연락이 끊겼다. 하루도 빠짐없이 판에 박힌


인사라도 있던 그녀의 연락이 끊긴 지 일주일이 넘었지만 나는


인내심을 가지고 그녀의 문자를 기다렸다.


‘나 돈 좀 빌려줘’


뜬금없는 그녀의 문자였다. 금액을 묻고, 계좌를 물어 송금 버튼을 눌렀다.


오백만원…큰 돈은 아니지만 술값으로 치부하기에는 작지도


않은 금액이었지만 난 그저 그녀의 설명을 기다렸고, 다시


보름이 지나 그녀가 나타났고, 카페 밖의 이미 여름으로 치달아


밝은 오후 햇살에 어울리지 않는 차분하게 가라앉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나 이혼하려구. 그 동안 남편이랑 정리하느라…엄마네 가 있다가


방 얻었어. 아무 것도 묻지 않고 빌려줘서 너무 고마워’


아주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지만 막상 그녀의 이혼 얘기를


접하자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떠오르지 않았다.


남편 사업의 부도, 집의 압류, 신용불량, 남편의 술주정…


경제적 어려움으로 이혼을 한다고? 남편이 바람나서 딴 여자랑


살림차린 것도 아니고, 도박에 미쳐 가산을 탕진한 것도 아니고,


마약을 해서 미쳐버린 것도 아니고, 술에 의지해 알코올 중독이


된 것도 아니고…돈 문제로 이혼한다고?


남의 집 속사정을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돈 문제만이 머리에


울렸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이혼 사유가…


그렇게 또 보름 즈음이 지났을 때 계좌번호를 묻는 그녀의


문자가 있었고, 돈을 갚았다. 친오빠가 돈을 빌려 줬고, 그걸로


월세가 아닌 전세방을 구했단다.


그녀와의 만남의 횟수가 줄어든 것은 내 탓일 것이다. 돈 때문에


이혼한 그녀의 핑계가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고, 자신의


처지를 비관한 듯한 그녀의 우울한 얼굴이 불편했다. 가벼운


농담도 이혼녀의 처지로 결부시킨 그녀의 자격지심은 나를


힘들게 했고, 무엇 때문이었는지도 기억나지 않는 약간의


말다툼이 있었을 때 울먹이며 그녀가 말을 했다.


‘나 전에 오빠 애기 가졌었어. 근데 오빠한테 말하기 너무 미안


하더라. 다 내 잘못인데 오빠 일하는데 신경쓰이게 하고 싶지


않았어. 그래서 나 혼자 병원갔어. 그런데 지금 오빠는 어떻게


자기만 그렇게 생각하니. 그냥 조금 져주면 안돼?’


품에 안겨 눈물을 흘리며 조용히 얘기했었으면 또 달라졌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얘기는 추워지는 초겨울 날씨에


점점 높아지는 그녀의 음성을 줄이고자 마주 앉은 카페에서 였다.


테이블이 놓여 있고, 마주 앉은 적당한 이성적인 거리, 1미터가


넘는 테이블을 사이에 둔 지극히 사무적인 거리에서 들은 그녀의


말은 짜증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렇게 그녀와의 연락이 끊겼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흘러…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났을 때


카톡이 울렸다. 친구로 등록되지 않은 어쩌구 저쩌구…그녀였다.


반가웠다. 이기적인 동정심으로 그저 그녀가 행복하게 홀로


잘 지내기를 바랐는데, 그녀의 카톡은 그녀가 잘 살아 있다는


반증으로 여겨졌다.


그녀의 근황이 메시지 창으로 넘실거렸고, 예전의 그 서운함도,


망설임도 느껴지지 않는 그녀의 톡이 흐뭇하게 했다.


그렇게 몇 주가 지나 비로소 그녀를 만났다. 조금은 생소했다.


불과 몇 년 지나지 않았는데 그녀는 완전한 사회의 여성으로


변한듯이 예전의 그 주저하거나 망설이는 표정도 말투도 아니 었다.


방이동 근처에서 점심을 먹고 산책이라도 하려고 올림픽 공원


으로 차를 주차하자 걷기엔 좀 덥다며 그녀가 근처 편의점에서


커피 두 잔을 뽑아 왔다.


몇 분 지나지 않아 짧은 그녀의 지난 몇 년이 흘렀고, 익숙치


않은 그녀의 향기가 차 안을 채웠을 때 전면만을 응시하며


말을 이어 가고 있는 그녀의 목을 잡아 돌려 키스했다.


다행히도 거절하지 않고 입술을 쉽게 받아 들였다. 쌉싸름한


커피 내음이 남아 있는 타액이 뒤엉키자 바지춤에 그녀의


손이 닿았고, 나는 그녀를 돕기 위해 자크를 풀러 내렸다.


‘여전하네. 얘는 아직도 건강하네’


손으로 쥐어 강도를 확인하던 그녀가 이내 머리를 숙여 심볼을


물었다. 한가로운 주차장 임에 감사했다. 오랜만에 느끼는


그녀의 입술과 혀는 감미로웠다. 혀끝이 귀두에 닿을 때


그녀의 가슴속으로 파고 들었고, 뜨겁게 올라간 기온 속에


땀이 배인 가슴과 꼭지를 비틀었을 때 그녀가 몸부림쳤다.


뒷자리로 이동해서 그녀의 팬티를 끌어 내려 마주 앉아 삽입하자


흥건해진 그녀의 틈새가 태양의 열기와는 다른 느낌의 따스함을


심볼에 감쌌다. 미끄러움으로 찔걱이는 소리가 음탕함을 더했고


여름 블라우스를 풀어 여전한 꼭지를 베어 물었을 때 난 사정에 이르렀다.


‘오빠. 얘 괜찮지?’


‘응?’


‘난 그동안 건전하게 지냈지만 오빠는 못 참았을거잖아. 요새


지저분한 여자들 많다던데…’


휴지를 꺼내 흘러나온 정액을 닦고, 팬티라이너로 옷매무새를


추스린 그녀가 느닷없는 것을 물었다. 깨끗하지 못한 난잡한


성생활로 혹시 있을 지도 모르는 성병을 걱정하는 얘기였다.


그녀를 내려주고, 사무실로 돌아가는 기분이 묘했다. 이게 날


어떻게 보고 하는 소리지. 내가 그렇게 더럽게 사는 놈처럼 보였


다는 얘기잖아. 나 참…


기분이 더러웠다. 어쩌면 별거 아닐 수도 있는 정상적인 여자의


당연한 걱정인지도 모른다. 하지만…그래도 이건 기분이 나빴다.


문자를 보내 기분이 아주 상했음을 얘기했고, 그녀의 사과가


있었지만 나는 상처가 오래 머무는 에이형이었다.


또 한 해가 지나갔다. 그 동안 그녀에게 몇 번의 카톡이 있었지만


나는 차단을 해버렸고, 그녀는 그렇게 잊혀졌다.


올해 여름이 지날 때 문자가 있었고, 카톡으로 그녀가 나타났다.


며칠 간의 이런 저런 대화가 있었고, 그녀는 내게 술자리를 청했


지만 난 그녀가 부담스러웠기에 적당히 둘러대며 기회를 피했다.


띵띵띵띵…지난 봄 뜬금없이 사진이 주루륵 올라 왔다. 밝게 웃고


있는 그녀와 한 남자. 결혼을 전제로 두어달 만나고 있는 남자라


했다. 그녀는 내게 그 남자의 인상을 물었고, 그 남자의 프로필과


그동안의 언행과 행적 등을 자문해왔다.


인상…흠…난 눈의 총기를 가장 먼저 보는데 그건 부족했고, 잘


생긴 얼굴이지만 영리함과는 거리가 좀 있어 그다지 남자로서의


신뢰는 잘 가지 않는 인상…


언행…모순이 너무 많은 그 남자의 행적과 여자를 대하는 태도


그리고 현재와 미래계획…


가감없이 그런 느낌과 분석을 전했고, 확인해야 할 사항과 약속받고


확인할 사항을 일러줬다.


단순히 내 설명 때문은 아니었지만 그녀는 그와 헤어졌다. 그리고


다시 띵띵띵띵…새로운 남자의 사진…똑 같은 과정이 이어졌고, 또


그녀는 그와 헤어졌다.


그녀는 다시 술자리를 청해왔고, 그녀의 카톡은 과거 나와의


행적을 추억하기 시작했다. 카톡의 프로필 사진이 바뀌었을 때


그녀는 살이 붙었음을 알려줬고, 카톡의 변화가 있을 때 심경을 물어 왔다.


‘프로필 바뀌었네? 무슨 일 있어?


‘자기 살이 붙었네’


‘원본 좀 보내줘. 보관하게~’


소름이 끼쳤다. 자기란 단어에, 소울메이트란 단어에, 사진을 보관


하겠다는 말에 소름이 끼쳤다.


나는 부담스러움을 전했고, 그녀는 냉정함에 섭섭하다는


말과 함께 연락 않겠다는 마지막 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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